조선칼럼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조직은 왜 실패하는가?
장대익 학장
2025/01/24
누가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팀 전체가 비난 없이 해결 나서나
마음의 상처 없이 다음 날 가벼운 마음으로 모일 수 있나
'심리적 안전감' 없으면 리더의 극단적 결정 방치
다른 목소리 '배신자'라 잠재우면 해법보다 갈등·분열 심화돼
심장 수술 중 작은 실수가 생겼다고 하자. 의사나 간호사는 그 사실을 즉시 공개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까, 아니면 두려움에 숨길 수밖에 없을까?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조직심리학자 에이미 에드먼슨이 진행한 연구는 이 질문에 놀라운 답을 제시했다. 미국 전역의 심장 수술팀을 비교 분석했더니 어떤 병원 팀은 신기술을 빠르게 익혀 높은 성공률을 보이는 반면, 다른 팀은 같은 기술로도 실패를 반복했다. 두 팀의 결정적 차이는 “팀원들이 실수나 문제를 자유롭게 제기해도 비난받지 않는 안전한 환경”이 존재하느냐 없느냐였다. 즉, 누가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곧바로 팀 전체가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팀의 학습 속도와 성과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에드먼슨의 이 연구는 ‘심리적 안전감’이 조직의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그것은 “팀원들이 질문, 문제 제기, 실수, 다른 관점을 자유롭게 드러냈을 때 팀 내부에서 비난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서로 편안히 대하는’ 끈끈한 관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팀 내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호작용에 깔린 ‘안전한 의사소통 문화’를 의미한다.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조직은 토론이 환영받고 반론이 포용되는 환경이기에 팀원들이 의견 차이가 있어도 마음의 상처 없이 다음 날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모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조직은 실패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오류를 수정해 나가며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보자. 현직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며 계엄령을 선포했고 국회가 이를 즉시 해제했으며 곧이어 대통령 탄핵안도 가결했다.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구속됐고 헌법재판소는 탄핵안을 심판 중이며, 급기야 일부 극단 세력은 시위를 넘어 법원을 습격하는 폭도로 돌변하기까지 했다.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최대 위기 속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두려움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이것이 ‘대통령 한 사람의 독선’만으로 설명되는 상황일까? 아니다. 심리적 안전감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위기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대통령실, 국무위원회, 여당 지도부 등 권력의 중추가 서로 견제하고 제동을 걸어야 할 중대한 순간에 침묵하거나 동조만 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라는 말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할 정도로 경직된 분위기, 즉 심리적 안전감이 전무한 조직 문화가 대통령의 극단적 결정을 방치했다고도 할 수 있다.
여당 내부에서 벌어진 ‘배신자’ 논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일부 의원이 탄핵 표결에 찬성했다고 해서 이들을 과격하게 비난하고 고립시키는 모습은 조직 내에서 자유로운 의견 제시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다른 목소리를 잠재우는 문화에서는 최선의 해법 도출보다는 오히려 갈등과 분열이 심화된다.
어디 여당뿐이겠는가? 어떤 조직이든 심리적 안전감이 높을 때 구성원들은 오판을 막을 수 있고 더 나은 선택지를 고민하며 실수마저도 배우는 기회로 삼는다. 애초에 내부의 비난이 두려워 침묵하는 심리가 자리 잡으면 결국 조직 전체는 공멸할 위험에 처한다. 이번 내란 정국이 보여준 정치적 혼란은 조직이 심리적 안전감 없이 운영될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가 벌어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령, 구글은 2016년에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가동하여 자사의 180개 팀을 해부해본 후에 팀의 성공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지표로 심리적 안전감을 꼽았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일수록 실수를 징계가 아닌 학습의 기회로 삼고 누구든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이런 사실들은 혁신 동력이 떨어져 답보 상태에 빠진 한국 기업 문화에도 분명한 경종을 울린다. 옛 방식을 고수하거나 위계에 눌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면 세계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반면 심리적 안전감이 뿌리내린 조직에서는 실패조차 발전의 자양분이 된다. 결국 국가든 기업이든 ‘권위와 침묵’이 아니라 ‘신뢰와 대화’가 살아 숨 쉬는 환경을 만들 때, 위기와 혼란을 넘어 진정한 성장과 혁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